원래 저는 yba작가들 중에도, 데미안 허스트의 실크 스크린 작품들을 좋아했었습니다. 모든 사물들을 카테고리화시키는 능력, 하나의 디자인 평면으로 변화시켜 미술의 영역을 넓히면서도 메타적으로 미술과 사물 사이에서 새로운 지점을 끌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생각했죠. 얼마전에 터크의 작품들을 박영숙 화랑에서 보고 오면서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실제 yba작가들의 작품들을 성남아트센터에서 보고 온 적이 있는데, 그들의 신선하면서도 간명한 표면과 개성에 긍정적으로 생각했었죠. 졸업전에 마치 자신의 묘비명을 전시 작품으로 대체한 유명한 일화가 악동 같은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는데, 나는 곧 이 학교에서의 죽은 삶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구가하겠다는 아주 재미잇는 언설로 생각됩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였겠지만, 이로써 그는 사회의 이목을 당장 끌었습니다. 다른 유명한 작가들의 명맥을 잇는 듯 그것을 배반하는, 곧 그들을 실크스크린의 기법을 입혀 자신의 변장한 모습으로 나타내는 것은 항상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고, 또 어디서부터 미술이 시작되는지, 또 어디서부터 그것을 넘어 새로운 지점으로 가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기 진단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오브제에 대한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쓰레기 같은 것으로 미술을 만들어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보는 것에 대한 재밌는 경종을 울리면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미술의 세계를 넓혀가는 것으로 보이고요. 그의 재기어린 행동, 재기 넘치는 사유 작용이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잔뜩 일으키고, 새로운 지점들을 선사하는 것 같아. 개빈 터크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침
주한영국문화원 블로그에서 그의 도록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는 중이라 한번 제 생각을 기록해봅니다.
http://blog.britishcouncil.or.kr/743